월 간 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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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ter, 나의 자매
일요일 아침, 시드니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여행을 위해 준비할 건 가는 티켓 한 장과 돌아오는 티켓 한 장이 전부였다. 한 때는 유일한 동거인이었고, 한 때는 서로를 가장 닮아있던 나의 자매가 이 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갑작스러운 방문이 짐이 될까 생각을 바로 실천에 옮기진 못하고 반나절을 기다렸다. 한국과 호주의 시차는 고작 두시간이지만 호주는 밤 9시면 이미 한밤 중 같은 분위기가 된다. 한국은 열두시는 되어야 진짜 밤 같은데!
이르고 긴 밤 탓에 고작 두시간 차이는 호주와 한국의 거리 만큼이나 우리를 멀리 떨어트려 놓았다. 그 날도 그랬는데, 언니가 일찍 잠든 탓에 새벽 내내 마음을 졸였다. 혹시나 안된다고 하면 어떡하지!
졸인 마음이 무색하게 “다음 주?! 아니야 이번 주에 와! 당장 와!” 라며 아직 오지도 않은 나를 반겼다. 5일을 열흘처럼 바삐 보내고, 그 다음 주 토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에 내렸다.
-
7년만에 다시 온 시드니는 그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코로나로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한 지 2년이 넘었기 때문도 있지만, 이제는 이 곳이 남의 나라가 아닌 내 자매의 홈 그라운드가 된 까닭일 것이다. 형부가 마중나와 캐리어를 끌고 나의 비행이 어땠는지 물었고, 나는 괜찮았다 대답했다. 이 때 까지는 결혼식 이후로 처음 보는 형부라 어색함이 남아있었다.
언니는 쨍한 분홍색 옷을 입고 나를 환영했다.
나는 밴드 92914의 네이비색 반팔에 회색 추리닝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나보다 더 여행객 같았던 언니와 언니보다 더 현지인 같던 갓 도착한 나.
어쨌든 비로소 나의 오랜만의 휴가이자 자매 상봉이자 조카와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
이 여행이 어땠더라.
생각보다 더 순한 조카는 처음 보는 순간 부터 내게 방긋방긋 웃어주었다.
형부는 여행객들이 좋아하는 본다이부터 대중교통으론 가기 쉽지 않은 바닷가 근처의 작은 도시까지 차를 몰고 편하게 데리고 다녀주었다.
언니와는… 언니와 내가 이랬었지. 처음 언니가 생각보다 더 오래 호주에 머물게 되었을 때 직감했던 상실감이 떠오른다. 분명 작년에도 만났는데. 고작 육개월 지났을 뿐인데! 그 사이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일까.
분명 어제 본 것 처럼 익숙한데 이상하게 오랜만에 본 것 같았다. 요즘 내가 하는 생각들, 새로이 듣게 된 노래와 겪은 감정들. 언니가 적응해가는 상황과 조카를 만나고 달라진 것. 그럼에도 해 나가야 할 것, 하지만 쉽지 않은 것.
언니는 사랑이 충만해 보였고 가끔은 고되어 보였다. 그럼에도 행복해 보였다.
-
자매가 외국에 산다는 건 바다 위를 10시간 꼬박 날아가야 닿을 수 있는 그 곳이 야속하면서도 그래도 그 곳에 있어주어 고마운 것 이었다. 낯선 땅이 서울 어디 가보지 않았던 동네 정도로 가까워 지는 것이었다. 날아가기 전엔 몰랐던 감정을 새벽 내 언니와 들었던 노래를 하늘에서 들으며 깨닫는다.
하루를 빼 블루 마운틴이라는 거대한 산맥과 숲을 여행하는 투어를 다녀왔다. 이 곳에서 고사리 나무를 보았다. 한국에서는 고사리가 나무가 채 되기전에 채취하기 때문에 잘 볼 수 없지만, 호주에서는 울창한 숲을 이루는 나무로 자란다고 한다.
나라면 할 수 없었을 것 같은 것들을 낯선 이 곳에서 해내어가는 언니, 얼굴을 마주해야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안고 살다가 쏟아내듯 풀어내는 언니. 그리고 내가 알던 언니와 사뭇 다르기도 닮아있기도 한 엄마인 언니.
이 모든 언니는 바람에 흔들리기도 내리는 비에 휘청이기도 하지만 뿌리를 내려 나무가 될 고사리의 새싹 같았다. 결국 뿌리를 내려 다른 나무들과 함께 숲을 이루어 살아갈 고사리같은 나의 자매. 우리가 밤을 새우며 나누었던 대화들처럼 그녀가 선택한 곳에서 늘 단단하고 감각이 살아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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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시드니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여행을 위해 준비할 건 가는 티켓 한 장과 돌아오는 티켓 한 장이 전부였다. 한 때는 유일한 동거인이었고, 한 때는 서로를 가장 닮아있던 나의 자매가 이 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갑작스러운 방문이 짐이 될까 생각을 바로 실천에 옮기진 못하고 반나절을 기다렸다. 한국과 호주의 시차는 고작 두시간이지만 호주는 밤 9시면 이미 한밤 중 같은 분위기가 된다. 한국은 열두시는 되어야 진짜 밤 같은데!
이르고 긴 밤 탓에 고작 두시간 차이는 호주와 한국의 거리 만큼이나 우리를 멀리 떨어트려 놓았다. 그 날도 그랬는데, 언니가 일찍 잠든 탓에 새벽 내내 마음을 졸였다. 혹시나 안된다고 하면 어떡하지!
졸인 마음이 무색하게 “다음 주?! 아니야 이번 주에 와! 당장 와!” 라며 아직 오지도 않은 나를 반겼다. 5일을 열흘처럼 바삐 보내고, 그 다음 주 토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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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다시 온 시드니는 그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코로나로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한 지 2년이 넘었기 때문도 있지만, 이제는 이 곳이 남의 나라가 아닌 내 자매의 홈 그라운드가 된 까닭일 것이다. 형부가 마중나와 캐리어를 끌고 나의 비행이 어땠는지 물었고, 나는 괜찮았다 대답했다. 이 때 까지는 결혼식 이후로 처음 보는 형부라 어색함이 남아있었다.
언니는 쨍한 분홍색 옷을 입고 나를 환영했다.
나는 밴드 92914의 네이비색 반팔에 회색 추리닝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나보다 더 여행객 같았던 언니와 언니보다 더 현지인 같던 갓 도착한 나.
어쨌든 비로소 나의 오랜만의 휴가이자 자매 상봉이자 조카와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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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이 어땠더라.
생각보다 더 순한 조카는 처음 보는 순간 부터 내게 방긋방긋 웃어주었다.
형부는 여행객들이 좋아하는 본다이부터 대중교통으론 가기 쉽지 않은 바닷가 근처의 작은 도시까지 차를 몰고 편하게 데리고 다녀주었다.
언니와는… 언니와 내가 이랬었지. 처음 언니가 생각보다 더 오래 호주에 머물게 되었을 때 직감했던 상실감이 떠오른다. 분명 작년에도 만났는데. 고작 육개월 지났을 뿐인데! 그 사이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일까.
분명 어제 본 것 처럼 익숙한데 이상하게 오랜만에 본 것 같았다. 요즘 내가 하는 생각들, 새로이 듣게 된 노래와 겪은 감정들. 언니가 적응해가는 상황과 조카를 만나고 달라진 것. 그럼에도 해 나가야 할 것, 하지만 쉽지 않은 것.
언니는 사랑이 충만해 보였고 가끔은 고되어 보였다. 그럼에도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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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가 외국에 산다는 건 바다 위를 10시간 꼬박 날아가야 닿을 수 있는 그 곳이 야속하면서도 그래도 그 곳에 있어주어 고마운 것 이었다. 낯선 땅이 서울 어디 가보지 않았던 동네 정도로 가까워 지는 것이었다. 날아가기 전엔 몰랐던 감정을 새벽 내 언니와 들었던 노래를 하늘에서 들으며 깨닫는다.
하루를 빼 블루 마운틴이라는 거대한 산맥과 숲을 여행하는 투어를 다녀왔다. 이 곳에서 고사리 나무를 보았다. 한국에서는 고사리가 나무가 채 되기전에 채취하기 때문에 잘 볼 수 없지만, 호주에서는 울창한 숲을 이루는 나무로 자란다고 한다.
나라면 할 수 없었을 것 같은 것들을 낯선 이 곳에서 해내어가는 언니, 얼굴을 마주해야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안고 살다가 쏟아내듯 풀어내는 언니. 그리고 내가 알던 언니와 사뭇 다르기도 닮아있기도 한 엄마인 언니.
이 모든 언니는 바람에 흔들리기도 내리는 비에 휘청이기도 하지만 뿌리를 내려 나무가 될 고사리의 새싹 같았다. 결국 뿌리를 내려 다른 나무들과 함께 숲을 이루어 살아갈 고사리같은 나의 자매. 우리가 밤을 새우며 나누었던 대화들처럼 그녀가 선택한 곳에서 늘 단단하고 감각이 살아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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