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간 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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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와 고양이
벌써 9년째 함께 살고 있는 나의 고양이, 깐느. 언니와 함께 서울 살이를 하던 때 춘천에 워크샵을 간 언니가 태어난 지 3주 된 아깽이를 구조해왔다. 가장 약한 아기는 두고 강한 아이들만 데리고 가는 고양이의 습성으로 깐느의 어미가 어린 깐느를 두고 갔고, 엄마를 잃은 깐느는 그 후로 몇 주를 도로 옆 수퍼 아주머니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었더란다. 차가 쌩쌩 다니는 도로 옆은 고양이에게 너무 위험하니 누구라도 데리고 가라고 하셨고 그게 호시탐탐 고양이를 데리고 오고 싶어 하던 언니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린 시절부터 키우던 두 강아지를 모두 보낸 후 내 인생에 다시 동물은 없다 다짐했기 때문에 이 고양이를 결사 반대했다. 그래도 얠 살려야 하니 아깽이 시절이 지날 때 까지 임보만 하다가 좋은 주인을 찾아주려 했지만, 이런게 묘연이라는 걸까? 그 때의 언니와 나보다 시간을 쓰고 사랑을 줄 사람을 찾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이건 세시간 간격으로 초유를 먹이고 여건이 되지 않을 땐 지인에게 식사를(?) 부탁까지 하며 키워낸 아기 고양이에게 이미 푹 빠져버린 두 여자의 사랑 가득한 핑계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평생 공동 육묘를 할 줄 알았는데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호주로 잠시 갭이어를 떠난 언니가 그 곳에서 인생을 찾아 정착할 곳이 정해지면 깐느를 데리고 가려고 했으나 (공동 육묘이나 깐느를 데려온 언니에게 지분이 조금 더 있었다. 경제적, 심적 지분 모두.)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갭이어도 코로나도 모르는 속 편한 고양이는 2년동안 두 엄마에게 주던 사랑을 나에게 몰아 주기 시작했고, 이 작은 털뭉치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넘버 원 집사의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문제가 있다면 깐느는 아주... 아주... 까탈스럽고 말이 많은 고양이라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이름을 따라 간다고 한다던데. 아직까지도 아무래도 이름을 잘못 지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언니와 함께 살 때는 잠귀가 밝은 나를 위해 무조건 언니가 깐느를 데리고 잤고, 아침에 언니가 출근하고 나면 그 때부터 요 수다쟁이는 내 방 앞에서 문을 열어줄 때 까지 울곤 했다. 그 때는 오전 시간만 견디면 되었는데, 이제는 나와 꼭 붙어 자야만 하는 고양이 덕분에 수면의 질이 무척이나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잘 자는 날은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내가 일어날 때 까지 옆에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어쩔 땐 3일 내내 숙면을 취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일어나서 뭐라도 하면 모를까. 그냥 자기가 눈을 뜨고 있는데 내가 눈을 감고 있거나 등 돌리고 있는게 못마땅한 것 뿐이다. 자다 일어나서 밥도 줘보고, 놀아도 줘보고, 화장실도 치워봤으나 그냥 깨어 있길 바라는 것 뿐이었다.
언니 바라기 고양이란 너무나도 사랑스럽지만... 일이 많아 안그래도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부족할 때는 정말 눈물이 날 만큼 괴롭다. 그래서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을 땐 내 방, 아니 깐느 방을 나와 안방으로 향한다. 그리곤 문을 꼭 닫고 귀마개를 낀 채로 잠을 청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약해져 결국 방으로 돌아가는 것이 대부분의 일상이다.
이런 깐느에게 요즘 특효 약이 생겼다. 마치 아가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어 재우듯, 깐느만의 자장가가 생긴 것이다. 모든 고양이가 그런지 모르겠으나 깐느는.. 우쿨렐레 소리를 들으면 나를 꿈뻑꿈뻑 쳐다보다가 곧 잠이 든다! 여기서 노래를 같이 부르면 안되고 우쿨렐레만 쳐야 한다. 집사의 목소리가 들리면 잠이 들랑말랑 하다가 다시 눈이 말똥해진다.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꾹 참고 줄 네개를 띵가띵가 튕기다 보면, 살랑거리던 꼬리가 어느새 잦아들고 이내 굽던 식빵을 포기하고 옆으로 누워버린다. 그럼 혹시 모르니 한 곡 더 연주 해보고... 나도 무드등을 끄고 잠에 든다.
잠귀 밝은 집사와 호불호가 뚜렷한 고양이의 일상은 요즘 이렇게 흘러간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언니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엄마인 나의 딸래미 같은 고양이. 사실은 내가 사랑하는 것 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는 고양이 덕분에 나의 일상은 늘 평온하지는 못해도 매일이 아늑하고 따뜻하다.
어느 새 9살이 된 깐느는 작년부터 노묘용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물의 시간은 어째서 사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지. 동물의 평생을 반려함에 있어 최선을 다해 퍼주어도 유한한 시간 앞에서는 못해준 것만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고양이와 강아지의 수명은 엇비슷하다고 알려져 있고 먼저 간 두 강아지를 생각하면 길게는 함께 해 온 시간만큼 짧게는 그것보다 더 짧은 시간만이 남은 것이다. 비록 집사의 멋진 우쿨렐레 연주 앞에 대놓고 잠을 쏟아내는 아주 예의 없는 관객이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데려왔던 두 강아지들과는 사뭇 다른 사랑의 종류로 보살피는 내 고양이의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수 없으니 그만 자고(이제 막 자려고 할 때가 많지만) 일어나라고 보채도 못 이긴 척 일어나 우쿨렐레를 들기로 했다. 내 독학 우쿨렐레 실력이 어디까지 늘 수 있으려나. 그치만 너무 혹독한 훈련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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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와 고양이
벌써 9년째 함께 살고 있는 나의 고양이, 깐느. 언니와 함께 서울 살이를 하던 때 춘천에 워크샵을 간 언니가 태어난 지 3주 된 아깽이를 구조해왔다. 가장 약한 아기는 두고 강한 아이들만 데리고 가는 고양이의 습성으로 깐느의 어미가 어린 깐느를 두고 갔고, 엄마를 잃은 깐느는 그 후로 몇 주를 도로 옆 수퍼 아주머니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었더란다. 차가 쌩쌩 다니는 도로 옆은 고양이에게 너무 위험하니 누구라도 데리고 가라고 하셨고 그게 호시탐탐 고양이를 데리고 오고 싶어 하던 언니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린 시절부터 키우던 두 강아지를 모두 보낸 후 내 인생에 다시 동물은 없다 다짐했기 때문에 이 고양이를 결사 반대했다. 그래도 얠 살려야 하니 아깽이 시절이 지날 때 까지 임보만 하다가 좋은 주인을 찾아주려 했지만, 이런게 묘연이라는 걸까? 그 때의 언니와 나보다 시간을 쓰고 사랑을 줄 사람을 찾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이건 세시간 간격으로 초유를 먹이고 여건이 되지 않을 땐 지인에게 식사를(?) 부탁까지 하며 키워낸 아기 고양이에게 이미 푹 빠져버린 두 여자의 사랑 가득한 핑계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평생 공동 육묘를 할 줄 알았는데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호주로 잠시 갭이어를 떠난 언니가 그 곳에서 인생을 찾아 정착할 곳이 정해지면 깐느를 데리고 가려고 했으나 (공동 육묘이나 깐느를 데려온 언니에게 지분이 조금 더 있었다. 경제적, 심적 지분 모두.)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갭이어도 코로나도 모르는 속 편한 고양이는 2년동안 두 엄마에게 주던 사랑을 나에게 몰아 주기 시작했고, 이 작은 털뭉치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넘버 원 집사의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문제가 있다면 깐느는 아주... 아주... 까탈스럽고 말이 많은 고양이라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이름을 따라 간다고 한다던데. 아직까지도 아무래도 이름을 잘못 지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언니와 함께 살 때는 잠귀가 밝은 나를 위해 무조건 언니가 깐느를 데리고 잤고, 아침에 언니가 출근하고 나면 그 때부터 요 수다쟁이는 내 방 앞에서 문을 열어줄 때 까지 울곤 했다. 그 때는 오전 시간만 견디면 되었는데, 이제는 나와 꼭 붙어 자야만 하는 고양이 덕분에 수면의 질이 무척이나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잘 자는 날은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내가 일어날 때 까지 옆에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어쩔 땐 3일 내내 숙면을 취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일어나서 뭐라도 하면 모를까. 그냥 자기가 눈을 뜨고 있는데 내가 눈을 감고 있거나 등 돌리고 있는게 못마땅한 것 뿐이다. 자다 일어나서 밥도 줘보고, 놀아도 줘보고, 화장실도 치워봤으나 그냥 깨어 있길 바라는 것 뿐이었다.
언니 바라기 고양이란 너무나도 사랑스럽지만... 일이 많아 안그래도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부족할 때는 정말 눈물이 날 만큼 괴롭다. 그래서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을 땐 내 방, 아니 깐느 방을 나와 안방으로 향한다. 그리곤 문을 꼭 닫고 귀마개를 낀 채로 잠을 청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약해져 결국 방으로 돌아가는 것이 대부분의 일상이다.
이런 깐느에게 요즘 특효 약이 생겼다. 마치 아가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어 재우듯, 깐느만의 자장가가 생긴 것이다. 모든 고양이가 그런지 모르겠으나 깐느는.. 우쿨렐레 소리를 들으면 나를 꿈뻑꿈뻑 쳐다보다가 곧 잠이 든다! 여기서 노래를 같이 부르면 안되고 우쿨렐레만 쳐야 한다. 집사의 목소리가 들리면 잠이 들랑말랑 하다가 다시 눈이 말똥해진다.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꾹 참고 줄 네개를 띵가띵가 튕기다 보면, 살랑거리던 꼬리가 어느새 잦아들고 이내 굽던 식빵을 포기하고 옆으로 누워버린다. 그럼 혹시 모르니 한 곡 더 연주 해보고... 나도 무드등을 끄고 잠에 든다.
잠귀 밝은 집사와 호불호가 뚜렷한 고양이의 일상은 요즘 이렇게 흘러간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언니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엄마인 나의 딸래미 같은 고양이. 사실은 내가 사랑하는 것 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는 고양이 덕분에 나의 일상은 늘 평온하지는 못해도 매일이 아늑하고 따뜻하다.
어느 새 9살이 된 깐느는 작년부터 노묘용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물의 시간은 어째서 사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지. 동물의 평생을 반려함에 있어 최선을 다해 퍼주어도 유한한 시간 앞에서는 못해준 것만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고양이와 강아지의 수명은 엇비슷하다고 알려져 있고 먼저 간 두 강아지를 생각하면 길게는 함께 해 온 시간만큼 짧게는 그것보다 더 짧은 시간만이 남은 것이다. 비록 집사의 멋진 우쿨렐레 연주 앞에 대놓고 잠을 쏟아내는 아주 예의 없는 관객이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데려왔던 두 강아지들과는 사뭇 다른 사랑의 종류로 보살피는 내 고양이의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수 없으니 그만 자고(이제 막 자려고 할 때가 많지만) 일어나라고 보채도 못 이긴 척 일어나 우쿨렐레를 들기로 했다. 내 독학 우쿨렐레 실력이 어디까지 늘 수 있으려나. 그치만 너무 혹독한 훈련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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