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간 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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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걸 천천히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꼭 찾아내 먹겠다 다짐했던 아이스크림을 운 좋게도 작업실 아래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발견했다. 초코맛의 겉면을 와작 깨물면 숨겨진 마시멜로맛을 맛볼 수 있는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인데, 먹다 보면 초코보다 빨리 녹는 마시멜로 아이스크림이 젤라또처럼 살짝 쫀득해지면서 정말 맛있어진다. 오랜만에 아주 맘에 드는 디저트를 찾아 기쁜 마음에 아이스크림 봉지를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꼬옥.. 찾아서 먹어줘..’ 라는 한마디를 덧붙이며.
스토리를 본 몇몇 친구들에게 답장이 왔다. 냉동고 안 어떤 아이스크림인지, 이거 맛있는지 묻는 친구들에게 답하며 그 중 한 명에게는 꼭 살짝 녹여서 먹어 달라고 당부했다. 평소에 맛있는 걸 꽤나 전문적으로(?) 올리던 친구여서 왜인지 이 친구에게는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꽝꽝 언 상태에서도 맛있었지만, 살짝 녹아 겉바속촉이 된 아이스크림을 꼭 맛보면 좋았겠거든. 그리고 며칠 후 얼음이 보송보송 피어있는 아이스크림 사진에 20분 동안 녹였으나 녹지 않는다는 코멘트가 적힌 친구의 스토리로 답장을 받았다. 이 귀여운 사진에 아이스크림 말고 벽돌을 샀네 수영아, 로 화답했다. 그리곤 답장이 왔다. “얘 진짜 맛있어!!”
ICE-cream이지만 조금 녹여 먹어야 훨씬 더 맛있는 이 아이스크림처럼 천천히 두고 보아야 더 좋은 순간들이 분명히 있는 모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좋은 것은 천천히 좋아하고 싶다. 좋아하는 디저트가 생기면 며칠을 내리먹다가 생각보다 빨리 질려버리고, 꽂히는 노래가 생기면 냅다 한 곡 반복으로 듣다가 계절이 지나면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어 버리는 나를 알아서일까. 마음의 속도를 조절하고 싶다. 물론 좋아하는 마음에는 모터가 달린 것처럼 빨리 달려가 번번이 실패하지만 말이다.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조금 복잡한 사이인 도자기와도 어쨌든 비슷한 스탠스를 유지해야만 한다. 빨리빨리 만들다가는 주저앉기 일쑤. 심지어 잘 만들고 나서도 건조하는 데 공을 들이지 않으면 뒤틀리거나 갈라지고 만다. 까다롭디까다로운 나의 (도)자기는... 함께한 시간만큼 나를 꽤나 바꾸어 놓았다. 뭐든 빨리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속도는 빠르지만 정교함이 조금 부족하기도 한 내게 속도를 조금 늦추는 대신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더 좋은 결과물을 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걸 차분함이라고도 인내심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도)자기가 알려준 것은 천천히 공들이는 것만 있지는 않다. 가끔 분명히 좋아하고 공들인 것 앞에서 괜히 회피하고 싶은 이상한 마음을 마주하곤 한다. 손 대면 더 많은 시간 혹은 깊은 마음이 필요할 때 혹은 단순히.. 귀찮아서 괜히 눈 앞을 흐리곤 한다. 마치 몰랐던 것 처럼, 보지 못한 것 처럼.
회피의 끝은 결국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겨우 제자리로 돌릴 수 있거나 최악의 경우 아예 망가지고 만다. 반건조 상태에서 다듬어야 할 기물을 귀찮아서 방치한 결과 완전히 굳어버려 나무 헤라로 한 번 다듬고 스펀지로 살살 닦아내면 끝날 것을 쇠로 만들어진 칼로 긁고, 갉아내고, 스펀지로 박박 닦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힘 조절이 안되면 깨지고 만다. 귀찮아서 미리미리 풀어놓지 않은 유약은 결국 조급한 마음과 부족한 체력을 끌어다 쓰게 되고, 초벌 전에 다듬지 않고 넘겨버린 표면은 가마에 들어갔다 나오면 더 단단해져 세 배 이상의 시간을 써야한다. 마주해야 할 때 마주하지 않은 순간은 멀거나 머지않은 미래에 더 큰 고난을 안겨준다. (도)자기에게 몇 번이나 크게 당하고 나서야 배웠다.
물론 아직도 하기 싫은 일 앞에서는 지금 당장의 기쁨과 다가올 미래를 비해보곤 기꺼이 무너지기도 한다. 조금 미루어서 더 시간과 마음을 더 써야 한대도 겸허히 받아들이며.. 과감히 미룬다. 그러고 보니 이 미룸은 회피가 아니라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기 위해 천천히 돌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빨리빨리 다 해버리면 쉽게 질릴 수 있으니까! 어제의 나 때문에 오늘의 내가 조금 더 큰 공을 들이는 것도 사실은 오래가기 위한 일 보 후퇴의 전략이다. 좋아하는 것과 아예 헤어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4월의 마지막 날 이 글을 쓰며 끄덕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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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꼭 찾아내 먹겠다 다짐했던 아이스크림을 운 좋게도 작업실 아래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발견했다. 초코맛의 겉면을 와작 깨물면 숨겨진 마시멜로맛을 맛볼 수 있는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인데, 먹다 보면 초코보다 빨리 녹는 마시멜로 아이스크림이 젤라또처럼 살짝 쫀득해지면서 정말 맛있어진다. 오랜만에 아주 맘에 드는 디저트를 찾아 기쁜 마음에 아이스크림 봉지를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꼬옥.. 찾아서 먹어줘..’ 라는 한마디를 덧붙이며.
스토리를 본 몇몇 친구들에게 답장이 왔다. 냉동고 안 어떤 아이스크림인지, 이거 맛있는지 묻는 친구들에게 답하며 그 중 한 명에게는 꼭 살짝 녹여서 먹어 달라고 당부했다. 평소에 맛있는 걸 꽤나 전문적으로(?) 올리던 친구여서 왜인지 이 친구에게는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꽝꽝 언 상태에서도 맛있었지만, 살짝 녹아 겉바속촉이 된 아이스크림을 꼭 맛보면 좋았겠거든. 그리고 며칠 후 얼음이 보송보송 피어있는 아이스크림 사진에 20분 동안 녹였으나 녹지 않는다는 코멘트가 적힌 친구의 스토리로 답장을 받았다. 이 귀여운 사진에 아이스크림 말고 벽돌을 샀네 수영아, 로 화답했다. 그리곤 답장이 왔다. “얘 진짜 맛있어!!”
ICE-cream이지만 조금 녹여 먹어야 훨씬 더 맛있는 이 아이스크림처럼 천천히 두고 보아야 더 좋은 순간들이 분명히 있는 모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좋은 것은 천천히 좋아하고 싶다. 좋아하는 디저트가 생기면 며칠을 내리먹다가 생각보다 빨리 질려버리고, 꽂히는 노래가 생기면 냅다 한 곡 반복으로 듣다가 계절이 지나면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어 버리는 나를 알아서일까. 마음의 속도를 조절하고 싶다. 물론 좋아하는 마음에는 모터가 달린 것처럼 빨리 달려가 번번이 실패하지만 말이다.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조금 복잡한 사이인 도자기와도 어쨌든 비슷한 스탠스를 유지해야만 한다. 빨리빨리 만들다가는 주저앉기 일쑤. 심지어 잘 만들고 나서도 건조하는 데 공을 들이지 않으면 뒤틀리거나 갈라지고 만다. 까다롭디까다로운 나의 (도)자기는... 함께한 시간만큼 나를 꽤나 바꾸어 놓았다. 뭐든 빨리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속도는 빠르지만 정교함이 조금 부족하기도 한 내게 속도를 조금 늦추는 대신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더 좋은 결과물을 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걸 차분함이라고도 인내심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도)자기가 알려준 것은 천천히 공들이는 것만 있지는 않다. 가끔 분명히 좋아하고 공들인 것 앞에서 괜히 회피하고 싶은 이상한 마음을 마주하곤 한다. 손 대면 더 많은 시간 혹은 깊은 마음이 필요할 때 혹은 단순히.. 귀찮아서 괜히 눈 앞을 흐리곤 한다. 마치 몰랐던 것 처럼, 보지 못한 것 처럼.
회피의 끝은 결국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겨우 제자리로 돌릴 수 있거나 최악의 경우 아예 망가지고 만다. 반건조 상태에서 다듬어야 할 기물을 귀찮아서 방치한 결과 완전히 굳어버려 나무 헤라로 한 번 다듬고 스펀지로 살살 닦아내면 끝날 것을 쇠로 만들어진 칼로 긁고, 갉아내고, 스펀지로 박박 닦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힘 조절이 안되면 깨지고 만다. 귀찮아서 미리미리 풀어놓지 않은 유약은 결국 조급한 마음과 부족한 체력을 끌어다 쓰게 되고, 초벌 전에 다듬지 않고 넘겨버린 표면은 가마에 들어갔다 나오면 더 단단해져 세 배 이상의 시간을 써야한다. 마주해야 할 때 마주하지 않은 순간은 멀거나 머지않은 미래에 더 큰 고난을 안겨준다. (도)자기에게 몇 번이나 크게 당하고 나서야 배웠다.
물론 아직도 하기 싫은 일 앞에서는 지금 당장의 기쁨과 다가올 미래를 비해보곤 기꺼이 무너지기도 한다. 조금 미루어서 더 시간과 마음을 더 써야 한대도 겸허히 받아들이며.. 과감히 미룬다. 그러고 보니 이 미룸은 회피가 아니라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기 위해 천천히 돌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빨리빨리 다 해버리면 쉽게 질릴 수 있으니까! 어제의 나 때문에 오늘의 내가 조금 더 큰 공을 들이는 것도 사실은 오래가기 위한 일 보 후퇴의 전략이다. 좋아하는 것과 아예 헤어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4월의 마지막 날 이 글을 쓰며 끄덕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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