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오리

2023-08-01



월 간 묘 미

N O T I C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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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오리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습하던 우리의 7월.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를 마치고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급한 일을 해내던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뿌듯함과 후련함도 잠시,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짐들이 늘어져있는 작업실이 대변해주듯 바쁨에 지쳐  마음도 어지러웠다.


잠시 몸 담았던 곳의 일과 스튜디오 묘미의 일을 한번에 해나가던 지난 4개월, 그간 해가 떠있을 때 퇴근하는 건 사치였다. 페어를 준비할 땐 새벽 한시에 퇴근하기 일쑤였고 페어가 끝나고도 평균 퇴근 시간이 10시였으니. 매일매일이 야근같았던 4개월이었다.


하지만 이걸 누굴 탓해. 

내가 결정한 일인데!

그리고 생각보다 신나게 일했고 많이 배웠으니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4개월에 접어드니 체력과 에너지가 바닥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상의 묘미를 담아야 하는데 일상의 묘미를 느낄 새 없는 스튜디오 묘미 작가… 이게 말이 되는건지 약간의 회의감이 들 때쯤, 모처럼의 이른 퇴근길 하천에서 오리가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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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전거(a.k.a 백구)로 출퇴근을 한다. 집에서 작업실까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는 하천이 이어져 있어 출퇴근에 보이는 풍경이 호사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처음 오리가족을 만난 그 날은 자전거도로에 큰 돌덩이가 있어 피해야겠다 생각하던 찰나, 갑자기 돌덩이가 움직인다! 자세히 보니 멀리 보이는 돌덩이까지 모두 다 오리였다. 그것도 새끼오리와 엄마오리가 뒤뚱뒤뚱 모여있었다.


아이폰 이모지에서 볼 수 있는 감동받은 이모지 같은 얼굴이 되어버리고 더운 여름 자전거도로 한복판에서 한참을 오리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모처럼의 낮 퇴근이라 해가 정말 뜨거웠지만 아무 상관 없었다. 


그 날 이후로 퇴근할 때 열 번 중 여덟 번 정도는 오리가족을 만났다.


깜깜한 밤, 모두가 집에서 쉬고있을 때 퇴근을 할 때면 가끔은 조금 외롭기도 했던 시간.

괜히 노래도 듣지 않고 귓가에 지나는 바람소리로 생각을 고르던 시간을 이제는 오늘도 오리 가족을 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로 채운다. 가끔 만나지 못 할 때도 있지만 당연한 듯 만날 때가 훨씬 더 많다.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외로운 퇴근길을 기대하게 만드는 묘미.


한 가지의 묘미가 더 있다면, 이 만남을 기다리는 건 나 뿐이 아니었다는 것.

탄천을 따라 퇴근하다가 어느 구간에서 서성이는 사람이 보이면 백발백중 오리를 향해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키가 엄청 크고 무거워보이는 백팩을 맨 남자도, 학생들도. 오리 앞에선 모두 같은 마음이 된거지. 그 모습을 보면서 또 다시 인류애를 채우고.


바쁜 와중에도 묘미는 꼭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던 7월의 오리들. 가끔 자전거들이 얘네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치이면 어떡하지. 못된 사람들이 해코지를 할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 오리들. 하루 끝 작은 귀여움으로 기쁨을 채워준 나의 묘미들!

이 더운 여름 잘 이겨내고 날이 서늘해지고 내년이 와도 건강히 잘 자라서 계속 나의 묘미가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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